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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나의 개발일지

#1. 3년 전 내가 지금 내 책상에 앉아본다면

by 오늘의개발부 2022.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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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핸드폰 갤러리를 정리하다가 정말 오래된 코드를 하나 발견했다.

캡처할 줄도 몰랐던걸까

 

  처음 개발 공부를 시작하던 2018년 10월 쯤있던 걸로 기억한다. 생활코딩을 보며 처음 자바라는 걸 알게 되고 코드를 쳐봤던 때다. if문과 for문, System.out.print 정도만 알고서 '별찍기'라고 부르던 걸 했었다. 이땐 이거 하나가 그렇게 신기했었다. 그리고 어려웠었다. 이 사진도 집에서 별을 피라미드 모양으로 콘솔에 출력해보기 위해 낑낑거리다가 찍은 사진이다.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보면서 어떻게 해야 별이 원하는 대로 찍힐지 생각해보려고 찍어놨었다. 오랜만에 이 몇 줄짜리 코드를 들여다보니 실소가 나왔다. 이땐 이게 참 어려웠었네. 코드 정렬이 뭔지도 몰랐어서 괄호가 엉망진창이구나.

 

  지금은 정말 이런 말 하고싶지 않지만, 정말정말 부정하고 싶지만, 나는 3년차 개발자가 되었다. 아직도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이런 내가 벌써 개발자로서 나이를 3년이나 먹었다는 사실이 나를 참 초조하게 한다. 지금 이대로 그냥 1년차였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이런 초조함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나를 채찍질 하는 좋은 동기가 되어주기도 하는 한편 나를 안절부절 못하게 하기도 한다. 이런 언어도 해봐야 할 것 같고, 이런 기술도 써봐야 할 것 같고, 알고리즘 공부도 해야 할 거 같고, 아 난 네트워크도 좀 약한데.. 내가 잡고 싶은 건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열 마리 토끼고,  준비 땅! 했던 2018년 10월에 열 마리 토끼는 이미 사방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어느 놈부터 잡아야 하나, 이리 두 걸음 저리 세 걸음 뛰다가 결국에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나잡아봐라

 

 

  출근할 때는 '출퇴근길 개발 읽기' 단톡방에 올라온 글들을 읽는다. 혹은 구독해놓은 개발 관련 유튜브를 본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지식과 팁과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 정보를 얻는다. 좋다. 모든 지식을 꼭 그때그때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대신 뭐가 있는지 정도만 아는 것으로도 좋다. 그 키워드만 머리에 가지고 있다면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회사에 도착하면 아직 업무 시작 시간 한 시간 전이다. 이제 커피를 한 잔 타가지고 회의실로 들어가 '한 권으로 읽는 컴퓨터 구조와 프로그래밍' 책을 읽는다. 내게 부족한 기본 지식을 이 책 한 권으로 다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그렇게 한 시간 쯤 책을 읽고나서 업무를 시작한다. 점심 시간도 마찬가지. 점심을 먹고 남는 시간에 책을 조금 더 읽는다. 내용이 내겐 꽤 어려워서 진도는 좀 더딘 편이다. 퇴근 후엔 남아서 알고리즘 공부를 한다. 3년차 치고 기본 정렬이나 탐색 알고리즘도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은 조금 부끄럽다. 어디 들키기 전에 기본 알고리즘은 마스터해야지. 두 시간 정도 공부를 하다가 퇴근한다. 오늘 나는 조금 더 성장한 걸까?

  요즘 내 모습은 이렇다. 초조함에 이것저것 하다보니 하나도 얻어가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드림코딩 유튜브의 한 영상. 한 번쯤 보길 추천한다.

 

 

  여느 날처럼 유튜브를 보며 출근 하던 길이었다. 구독 중이던 '드림코딩'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내용엔 내 얘기 같은 것들도 있었고 아닌 것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공감이 되고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항상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쉽게 배우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것 같아 보이곤 한다. 하지만 내가 모든 건 그 사람들의 하이라이트일 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선 모두 피땀 흘려 노력하고 있고 그들의 하이라이트는 그 노력의 성과일 뿐이다.

 

  2018년 10월의 나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았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고 공부하고 싶다. 하지만 한편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18년의 내가 졸다가 눈을 떠보니 지금 이렇게 회사 책상에 앉아 있다면, 나는 내 모니터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그대신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2022년엔 나도 개발자로 취업을 했구나. 내가 개발자가 될 수 있을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했었는데 벌써 햇수로 3년이나 했구나. 지금은 이런 것도 할 줄 아는 구나.

  나는 3년 전보다 성장했다. 3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분명 뿌듯해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의 난 어떨까? 내후년의 나는? 지금 내가 그때 나의 책상에 앉아본다면. 그때의 나를 위해, 다시 한번 뿌듯해하기 위해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야겠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 하이라이트가 되어야겠다.

 

  과거의 내가 지금 내 책상에 앉을 순 없겠지만, 1년 후, 2년 후의 내가 과거의 책상에 앉아볼 수 있도록 지금 나의 개발자로서의 고민들을 글로 남겨봐야겠다고 시작한 글. 바보같이 고민하고 꾸준히 쓰고 꾸준히 성장하길 바란다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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